1916년 발표된 이 작품은 태양계 각 행성의 천문학적인 관계를 표현한 7개의 관현악 조곡 형식의 작품이다. 곡의 착상 계기는 점성술적인 것이었지만, 표제적인 음악은 아니다. 또한 행성 이름의 신화의 신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곡의 작곡은 1914년에 착수하여 1917년에 완성되었다. 그리고 전쟁의 신인 <화성>은 세계 1 차대전이 개시된 1914년 8월 이전에 작곡되어 불가사의한 예감이 되기도 하였다.
곡은 모두 7곡으로, 행성의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명왕성은 작곡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빠져 있다.
제1곡 <화성>은 웅장하고 장엄한 우주의 개시 를 알리는 듯한 힘찬 곡상이다.
제4곡 <목성>은 우리 귀에 익은 개시부가 인상적이며, 특히 중간 부분의 무곡풍의 주제가 아주 장려하고도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어 매우 감동적인 감흥을 들려준다.
제6곡 <천왕성>은 마술의 신답게 박진감 넘치는 교묘한 관현악의 구사가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다.
제7곡 <해왕성>은 모음곡의 종곡에 걸맞은 무한한 신비감에 가득 찬 아름다운 곡상으로, 합창의 절묘한 무한의 노래가 저 멀리 사라져가며 곡을 끝맺는다.
단순한 묘사 음악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마음의 심경을 토로한 장려한 관현악의 향연을 보여 준 명곡이다. 초연은 1918년에 작곡가 가디너가, 1919년에는 <금성>과 <해왕성>을 제외한 5곡을 볼트가 최초로 공개 연주하였다. 같은 해인 1919년 홀스트 자신이 <성> <수성> <성>을 연주했는데, 금성이 이때 초연되었다. 전 7곡의 초연은 A. 코츠가 1920년 런던 심포니를 지휘하여 이루어졌다.
연주는 단연 초연을 맡은 볼트의 것이 정평이 난 명연주이다. 그는 모두 5회에 걸쳐 연주를 남겼는데, 1978년 5회의 런던 심포니와의 연주가 가장 완성도 높은 명연주이다. 영국적인 품위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관현악의 향연을 펼치고 있으며, 장려하고 화려한 분위기로 눈이 부실 정도의 ‘탁월함을 보여주어 깊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녹음 역시 놀랄 정도로 선명하여 더욱 흐뭇하다. 볼트의 연주는 초연자로서의 기념비적인 의의와 곁들여 최고 수준의 명연을 보여준 명반 중의 명반이다. 더불어 볼트의 연주는 초연자의 기념비적인 의의뿐 아니라, 가장 완벽한 음악적 완성도로 이 곡 최상의 명연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목성>의 연주가 매우 감동적이어서, 음악적 희열을 깊게 느낄 수 있다. 5회의 녹음 중에서 음반은 현재는 웨스트민스터 연주와 5회 연주 (EMI)만이 남아 있다.
작곡가 홀스트는 1923년(PEARL), 1926년 (EMI) 연주가 있으며, 자작 자연의 의미는 작지 않으나, 연주 자체의 수준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다.
카라얀은 구녹음인 빈 필과의 1959년(DECCA) 연주와, 신녹음인 베를린 필과의 1981년(DG) 연주가 있다. 보통 회자되는 명연주는 1981년의 음질이 좋은 신녹음이나, 자세히 들어보면 빈 필과의 구녹음이 더욱 장려하고 정교한 앙상블의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카라얀의 젊은 시절의 눈부신 활력이 야성적이리만큼 놀랄 만한 수준을 유지한다. 1959년 녹음이지만 다시 리마 스터링된 데카의 음질 역시 만족스럽다.
이 카라얀의 연주는 볼트의 아성과 같은 연주에 비견될 유일한 명연주로도 손색이 없는 뛰어난 것이다. 특히 카라얀의 빈 필 연주는, 작곡자 홀스트의 딸인 이모겐이 초연자인 볼트의 연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연주를 가장 좋아하였다고 한다.
유진 오먼디도 필라델피아를 지휘하여 박진감 넘치고 풍부한 연주로 인상 깊은 명연을 남겨놓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음반(RCA)이 폐반되고 말았다.
프레빈은 1973년 런던 필(EMI)과 1986년(TE- LARC) 로열 필하모닉의 연주가 있는데, 구녹음이 정평 있는 명연주에 속한다. 프레빈 특유의 신선한 감흥을 바탕으로 한 유려한 연주가 화사한 느낌을 전해준다. 특히 제6곡인 <천왕성>의 박력있는 연주가 일품이다. 프레빈의 연주 역시 놓칠 수 없는 명반이다.
뒤트와(DECCA, 1986)는 신선하고 화려한 연주로 높은 평가를 받기는 하나, 깊은 맛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제임스 레바인(DG, 1989)은 높은 평가를 받는 연주이나 다소 무리가 있는 연주로, 과장된 평가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외에도 매리너, A. 데이비스, 번스타인, 스타 인버그, 메타, 깁슨, 세레브리에, 래틀, 슬래트킨, 히콕스의 연주는 보통의 수준이며, 요즘 나온 가디너의 연주(DG, 1993)는 역시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솔티의 연주(DECCA, 1978)는 진지한 분위기 로 과장됨이 없는 충실도 높은 안정감을 보여준다. 솔티만의 강인한 구성력을 보여준 준수한 명연으로 자리하고 있다.
볼트의 최정상 명연, 카라얀의 놀라운 실력의 구녹음의 명연, 그리고 프레빈의 화사한 명연주 를 권한다. 오먼디의 장려한 명연과 솔티의 명연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