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은 모두 3곡이나 흔히 우리가 듣게 되는 것은 1번이며, 나머지 곡들은 자주 접하지 않게 되는 곡이다. 그래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하면 보통 제1번 협주곡을 말하게 된다.
이 곡은 1874년 그의 나이 35세 때에 작곡되었고, 곡을 모스크바 음악원 초대 교장이자 당대의 대피아니스트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에게 헌정하려고 그와 동료인 후베르트에게 시연을 부탁하였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곡이 졸렬하고 독창성이 없다고 단정하였다. 이에 격분한 차이코프스키에게 루빈스타인은 한술 더 떠, 다시 고쳐 쓴다면 자신이 초연할 수(?)도 있다고 하여 차이코프스키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차이코프스키는 한스 폰 뷜러에거 초연을 부탁하였고, 뷜로는 매우 독창적인 최대 걸작이라 칭송하며, 미국 보스턴에서 자신의 지휘로 1875년 최초로 공연하여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헌정이 뷜로에게 이루어졌음은 물론이다. 더욱이 루빈스타인도 3년 뒤 이 협주곡의 가치를 인정하여, 1878년 파리에서 연주하여 크게 호평을 받게 된다. 그리고 혹평한 것을 사과하고는 두 사람의 우정을 다시 되찾게 된다. 루빈스타인 은 혹평을 한 이유로, 피아노 작곡의 대선배인 자신에게 차이코프스키가 가르침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옹졸하기도 해라!) 차이코프스키는 1889년 이 곡의 독주부를 손질하여 더욱더 완벽한 곡으로 완성시켰다. 이 협주곡은 세련되긴 하지만, 유럽적인 화려한 것은 아니며 러시아적인 것과 슬라브적인 중 후한 선과 색채적인 관현악법이 잘 나타난 명작이다. 다소 연주상의 난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며 연주되었다. 그것은 차이코프스키가 피아노의 기교에 정통하지 못한 때문이지만 관현악의 웅대한 울림과 러시아적인 정감의 표출은 가히 압도적이라고 하겠다. 특히 3악장의 피날레 에서 몰아치는 부분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걸출한 것이라 하겠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역작으로 피아노 관현 악이 혼연일체가 되어 자아내는 러시아적 정감과 특유의 감미로운 선율로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1악장 시작부의 호른의 울림이 아주 인 상적이어서 뇌리에 깊게 각인된다.
연주는 먼저 러시아 출신의 길레스의 것을 첫째로 뽑고 싶다. 그는 실황 등 여러 가지 연주를 남기고 있는데,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그의 말년 메타의 뉴욕 필과의 실황공연이 대단한 열기의 명연으로 알려진 것으로, 60세가 넘은 길레스의 정열을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특히 환호성과 같이 끝나는 피날레는 이 연주의 압권이다. 한편, 라이너와의 연주(RCA, 1955) 또한 놓칠 수 없는 명연주이다. 그의 젊었을 시절의 연주로 탁월한 기교와 라이너의 힘찬 반주가 일품이다. 특히 3악장 길레스의 자신만만한 호쾌한 타건과 일사불란한 라이너의 관현악의 시원스런 해방감이 이 곡의 이상을 재현하고 있다.
다음은 리히터와 카라얀의 연주이다. 이 연주는 빈 필이 아닌 빈 심포니와의 연주로, 카라얀의 웅장한 반주에 압도당하는 연주이다.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이것 역시 훌륭한 연주임에는 틀림없다 할 것이다. 리히터의 웅장한 피아노도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두 거장의 대결적인 연주 형태가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결국은 카라얀의 우세로 끝이 나지만, 그 불꽃 튀는 열연의 연주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명연이라 하겠다.
호로비츠는 장인인 토스카니니와 잊지 못할 명연을 남기고 있다. 모노라 음질이 나쁘기는 하지만, 그 폭발적인 연주는 가히 충격에 가깝다고 하겠다. 모든 정서를 남김없이 발산하여 다소 허전하지만, 그 정열의 솟구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연주이다. 호로비츠는 1941년 토스카니 니, 1948년 발터, 1940년 바비롤리와의 연주도 남기고 있다.
여류인 아르헤리치는 몇 가지의 연주가 있으 나, 콘드라신과의 실황 연주(PHILIPS, 1980)가 제일 낫다. 여류답지 않게 강한 터치와 즉흥적인 정열이 일품이다. 실황이라 다소 산만하고 실수도 보이지만, 그 활달함이 인상적인 명연주이다. 다른 녹음은 뒤트와(DECCA, 1970)와 아바도의 협연(DG, 1995)이다.

 

 

차이콥스키, 리히터

 

냉전시대의 미국의 영웅 피아니스트며 차이코 프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반 클라이번의 연주 또한 가장 모범적인 해석의 연주로, 빼놓을 수 없는 명연주에 속한다. 미국인이지만 러시아적 정서감이 풍부하다.
이외에도 여러 피아니스트들이 앞다투어 녹음 을 남기고 있지만, 곡의 성격상 강한 터치감의 뒷 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리 좋은 성과를 거두기가 쉽기 않다. 참, 그리고 정명훈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입상 직후 녹음(DECCA, 1979)한 것 도 있다.
차이코프스키가 생각한 러시아적인 광활함과 슬라브적인 정서, 그리고 폭발하는 정열의 모습이 이 협주곡의 전형이다.
거장들의 치열한 재현의 세계를 통해 이 협주 곡이 가지고 있는 그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길 바란다. 특히 짜릿함으로 다가서는 그 박력의 위력을 실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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