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유럽 사회에 암울한 정체감이 무겁게 내려앉고 있었다. 한편, 러시아 제국은 말기의 혁명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유럽 사회 역시 무기력증의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파리를 중심으로 한 발레뤼스 (러시아 발레단)의 화려한 활약은 유럽 사회의 눈을 번쩍 뜨게 한 역사적 사건들을 이룩하게 된다. 우랄 지방 출신의 디아길레프가 주관이 된 이 발레 공연들은 힘차고 약동성을 내뱉으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하였고, 여기에 가세한 20대 약관의 음악가는 다름아닌 스트라빈스키였다. <불새> <페트루슈카>의 공연으로 돌파구를 열기 시작한 공연은 1913년 그 꽃을 피우게 된다. 5 월 20일 새로 지어진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에서 세계적인 무용수인 니진스키의 안무로 스트라빈스키의 세 번째 무용음악인 <봄의 제전>이 피에 르 몽퇴의 지휘로 초연되었던 것이다.
이 공연은 파격적인 것이어서 야유와 조소로 극장이 광란의 도가니로 변하여 일대 소동으로 마무리되었다. 이것은 바로 19세기 수법과의 결별이며,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곡의 내용은 러시아 이교도들의 원시적인 종교의식을 주제로 하고 있다. 제1, 2부로 나누어져 있는 곡은 종래의 상식을 뒤엎는 원시적이며 독창적인 리듬이 구사되어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샤머니즘적이고 폭발적인 리듬감의 구현이 듣는 이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설 것이다. 40여 분동안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는 기괴한 리듬의 변화와 관현악의 압도적인 엄습은 마치 울부짖는 듯한 것으로, 그로테스크한 원시화를 적나라하게 펼쳐놓고 있다. 이렇듯 당시에는 파격적이라고 하였으나, 지금의 관점에서는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만약 처음 들어보는 이들에게는 기존의 음악에서는 전혀 느껴볼 수 없는 생명력의 약동감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웅장하게 울부짖 는 관현악의 울림은 깊은 인상으로 충격에 가까운 음악적 통렬함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곡의 작곡은 앞서 말했듯이 1912년 디아길레 프의 요청에 의해 작곡에 착수, 1913년 완성되어,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니진스키의 안무와 피에르 몽퇴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초연은 관중들의 소동을 일으킬 정도로 당시에는 이해되지 못하는 파격적인 것이었으나, 이제는 명곡으로서의 가치 를 인정받고 있다.
연주는 초연자인 몽퇴가 총 5회의 녹음을 남기고 있는데, 그중 네 번째 녹음인 보스턴 심포니와의 연주(RCA, 1951)가 초연자의 권위를 지닌 연주이나, 연주 자체의 음악적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그리고 작곡자 자신의 연주도 주목할 만한 명연주로 스트라빈스키 전집(SONY, 1960)과 파리 오케스트라의 연주(PEARL, 1929)가 있으나, 연주의 완성도 면에서는 최고조를 이루지는 못하지만, 작곡자 자신의 해석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의 명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불레즈는 1962년 잘츠부르크 축제에서의 연주를 필두로 이 곡의 확고한 명연을 이룩하기 시작 한다. 이후 1963년 프랑스 국립관현악단과의 첫 번째 녹음(MONTAIGNE)을 남겼고, 이후 1969년 클리블랜드 악단과의 두 번째 녹음이 당시 충격적인 반향을 일으킨 최고의 명연으로 평가받기에 이른다. 이 녹음은 오랜 세월 동안 최고의 명연 위치를 고수하였다.
불레즈는 다시 22년 만에 재녹음(DG)을 했는데, 나이 탓에 야성적인 면은 덜하지만, 그 정교함이 더해지고 좀더 세련된 완벽한 구성의 원숙함으로 다시 한번 놀랄 만한 최고의 명연을 이룩 하게 된다. 매우 이지적이고 분석적이어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고, 약동하는 힘과 야성적인 구성의 완벽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불멸의 명연이다. 더욱이 음질 역시 최상의 상태여서 가장 이상적인 명연주로 평가되고 있다. 아마 이것을 능가하는 연주는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음으로는 앙세르메의 연주이다. 다소 구식의 연주이지만, 앙세르메의 탁월한 관현악적 감각이 절묘하게 발휘되어, 불레즈의 연주에 육박하는 명연을 펼치고 있다. 특히 단정하고 정연한 펼쳐짐 속에서 내재된 정열과 약동을 토해내는 연주가 참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출중한 명연 주이다.
도라티는 미네아폴리스 심포니와의 구녹음 (MERCURY, 1953)과 디트로이트 심포니와의 신녹음이 있으며, 어느 것이나 훌륭한 수준이나, 정열이 더 강한 구녹음이 더욱 완성도가 높다. 도라티 특유의 긴박감과 직진성이 좋은 정열의 연주가 돋보이는 명반이다.
이외에도 여러 연주자들이 이 곡에 도전하고 있지만, 불레즈의 아성에는 추호의 변함이 없다. 특히 아바도(DG, 1975)와 솔티의 연주(DECCA) 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나, 다소 지나친 평가임을 말하고 싶다. 카라얀(DG, 1975)도 의외로 부진하다.
추천할 만한 수준급의 연주로는 이고르 마르 케비치(EMI, 1951.59)와 사이몬 래틀(ASV 1977, EMI 1987), 에사-페카 살로넨(SONY, 1989), 주빈 메타(DECCA, 1969), 게르기에프 (PHILIPS) 정도이다.
불레즈의 <봄의 제전>은 충격의 아성과도 같은 명연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불레즈의 연주와 함께 그 폭발적인 야성의 감흥을 피부로 직접 체 험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