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메타나 교향시 <나의 조국>

체코의 국민주의 음악의 선구자로 알려진 스메타나는 오페라에서 애국적인 정신을 고취했지만, 관현악곡에서도 역시 국민주의적 방향을 택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몰다우(블타바)로, 이것이 포함된 것이 바로 전 6곡으로 된 연작적인 교향시 <나의 조국>이다. 1872년 스메타나는 오페라 <리브셰>를 완성하였는데, 이것은 체코 건국의 전설적인 여왕인 리브셰가 체코의 국민에게 영광된 장래가 약속되었다고 예언한 것을 가곡으로 만든 것이다. 이러한 사상을 기초로 하여 조국의 또 다른 모습을 묘사하는 연작 교향시를 쓰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나의 조국>이다.
작곡은 <리브셰>가 완성된 후 바로 시작하여 1874년 제1곡인 <높은 성(비셰흐라드)>를 완성 하였고, 계속해서 1879년까지 제6곡을 완성한다. 특히 이 기간 중에 그는 청각을 상실하는데, 이 시기에 이런 장애를 무릅쓰고 그의 또 다른 대표 작인 현악 4중주 <나의 생으로부터>를 작곡하기 도 하였다.
전 6곡의 초연은 1882년 11월 5일 프라하에서 이루어졌고, 그후 1946년부터 스메타나의 기일 에 개막되는 음악제 ‘프라하의 봄’ 첫날인 5월 12 에는 반드시 체코 필하모닉에 의해 이 <나의 조국>이 연주되는 관행이 생겼다.
곡 구성은 전 6곡으로 제1곡 <높은 성(비셰흐라드)>, 제2곡 <몰다우(블타바)>, 제3곡 <샤르카>, 제4곡 <보헤미아의 숲과 초원에서>, 제5곡 <타보르>, 제6곡 <블라니크>로 이루어져 있고, 이 중에서 제2곡인 <몰다우>는 따로 떼어 연주될 만큼 인기가 높은 관현악 레퍼토리이다. 특히 물이 흐르는 듯한 선율의 아름다움은 조국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자아낼 만큼 감명적인 명곡으로 자리 하고 있다.
이 교향시 <나의 조국>은 몰다우로 더욱 널리 알려졌지만, 민족애가 뜨겁게 녹아 있는 국민음악을 대표하는 명작으로 자리한다.
연주는 국민악파 음악답게 체코 출신의 지휘자들이 이 곡의 보급에 힘써 널리 대중화시켜 놓았고, 명연도 대부분 이들의 연주들이다.
먼저 체코 지휘계의 대부격인 탈리히의 연주는 모노 연주인 1929년과 1954년 연주가 있고, 이중 수프라폰 1954년 연주는 민족 정서가 넘실대는 로맨틱한 모노 명연이다. 다음으로는 안체를(SUPRAPHON)의 연주로서, 다소 이색적인 면도 있지만, 그 민족적인 맛이 각별한 감흥을 주는 명연주를 펼치고 있다.

 

 

스메타나: 나의 조국 - 라파엘 쿠벨릭

 

쿠벨릭은 모두 5회의 녹음을 남기고 있는데, 1952년 시카고 심포니 연주(MERCURY), 빈필 의 연주(BELART), 보스턴 심포니 1971년 연주 (DG), 바바리안 방송 심포니 1984년 실황 (ORFEO), 체코 필하모닉 1990년 프라하 봄 실황연주(SUPRAPHON)가 그것이다.
이중에서 명연으로 손꼽히는 것은 보스턴 심포니와의 1971년 녹음과 1990년 실황 연주이다. 1971년 연주는 미국 악단 중에서 가장 유럽적이라고 하는 보스턴 심포니와의 연주로 전체적으로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쿠벨릭은 이 시기 조국을 버리고 서방 세계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때라, 그의 조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연주 곳곳에 배어 있어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감명적인 명연을 들려준다. 그가 그리는 <나의 조국>은 제목 그대로 자신의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절절히 표현하고 있다.
한편, 그의 1990년 연주는 그가 1948년 망명하여 실로 42년 만에 조국이 민주화된 후 처음 열리 는 ‘프라하의 봄’ 음악제에서 연주된 것으로, 그로서는 실로 감격적인 연주이다. 이날 연주회에 는 하벨 대통령을 비롯한 열화와 같은 청중들과 눈물을 흘리며 지휘하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기념비적인 또 다른 명연으로 길이 기억된다. 그리고 1984년 연주회는 스메타나 사후 100 주년과 쿠벨릭의 70회 생일을 기념하는 뜻깊은 실황 명연이다.
체코 출신의 노이만의 연주는 1975년 수프라 폰과 1982년 데논 연주로서, 둘 다 체코 필과의 연주로 구녹음이 추천할 만하다.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표현과 민족적인 색채감이 풍부한 멋진 연주를 들려준다.
카라얀은 전곡 녹음은 없고 연주회의 영상기록만 남아 있다. 연주 음반은 제1, 2곡 발췌만이 있다. 연주는 민족성이 짙은 연주가 아닌 카라얀 특유의 유창한 흐름으로 음악적 충실감이 뛰어난 명연을 펼친다. 몰다우만은 모두 5회의 녹음이 있다.
도라티의 연주(PHILIPS, 1986)도 주목할 만한 명연주로, 관현악의 직선적이고 담백한 필치로 80이 넘는 나이를 뛰어넘는 충실한 연주를 들려 주고 있다.
이외에도 레바인, 예르비, W. 월러, 도흐나니, 메타 등이 있으나, 예르비나 월러 정도가 추천할 만한 연주이다.
음반의 선택은 체코 출신의 연주가 단연 손꼽 힌다.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는 쿠벨릭의 연주, 다음으로 떠오르는 노이만과 탈리히도 결코 놓칠 수 없다.
발췌 연주로는 카라얀의 것이 단연 돋보이며, 비체코 출신의 연주로는 도라티 정도만을 추천할 수 있다.
국민악파 음악은 역시 본고장 출신의 연주가 아무래도 제격일 것이다. 아마 특유의 민족적인 배경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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