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시대적 영웅’으로 여긴 자만심과 이기주의 성향이 강한 슈트라우스의 여러 편의 교향시는 라이트 모티브를 이용한 관현악법의 절묘한 기법으로 그만의 독보적인 경지를 이루고 있다. 이런 교향시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5)이다.
이 제목은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저서의 이름 으로, 슈트라우스는 악보에 이 원저의 서문을 게재하고 이것을 표제로 삼기로 하였다. 슈트라우스 나이 32세 때로, 당시는 니체가 그의 저서에서 기원전 5세기경의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 예언자인 짜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 주창했던 초인의 개념이 지식인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나갔던 때였다.
이런 세기말의 전환기에 니체는 “신은 죽었다” 라고 선언하여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니체는 아마추어 작곡자이자 바그너의 대변자 역할까지 하였던지라, 음악에 깊이 관련된 대철학가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슈트라우스의 이 작품은 니체의 저서와 떼어놓고서는 논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슈트라우스는 다음과 같이 다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나는 어떤 철학적인 음악을 작곡하려 하거나 니체의 작품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려 한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니체의 초인의 존재에 다가서기 위해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종교적 또는 과학적 측면에서의 발전상을 음악적으로 전하려고 한 것이다.”
하여튼 슈트라우스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철학의 음악화를 시도하여 많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기도 하였다. 그는 또한 악보에 ‘니체를 자유로이 따른’이라고 적어놓아, 니체의 초인적인 개념을 음악화한 것임을 밝히기도 하였다. 니체의 책은 모두 4부 구성으로, 이 짜라투스 트라는 조로아스터교의 교주로서, 초인간상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젊은 날 고향을 떠나 입산하여 명상을 하던 어느 날 깨달음을 얻은 짜라투스트라가 속세로 돌아와 영겁회귀의 사상을 전한다는 내용이며, 니체에 의하면 이 사상의 구현자가 바로 초인간이며, 초인간만이 미래를 창조할 수 있고, 권력에의 의지가 곧 미래 문화의 가치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곡은 총 9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첫 도입부의 해돋이 부분은 너무도 잘 알려진 팡파르로, 장엄하기 그지없는 선율이 펼쳐지는 명곡이다. 더욱이 영화에 사용되어 더욱 유명해지기도 하였다.
연주는 먼저 3회에 걸쳐 녹음을 남긴 카라얀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1959년 빈 필하모닉과의 연 주(DECCA, 영화에 사용됨.), 1973년 베를린 필 하모닉(DG), 1983년 베를린 필하모닉(DG) 3종을 남기고 있다.
어느 연주나 훌륭하여 이들의 차이는 사실 굉장히 미미한 정도이다. 다만 음질 등을 고려해볼 때 가장 나중의 녹음을 추천하고자 한다. 그의 연주는 악단의 화려한 기량을 바탕으로 정교하고 균형이 넘치며, 음악적 구성력이 뛰어난 연주를 보여준다. 너무 세련된 감도 없지 않으나, 그 유창하게 흐르는 흐름이 듣는 이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어느 것이나 열정적이고 호소력 짙은 훌륭한 연주들이다.
다음으로는 라이너 1959년 리빙 스테레오 음반이다. 연주뿐만 아니라, 경이로운 음질까지 같이 하는 명연주이다. 연도에 비해 놀라운 음질을 바탕으로 한 라이너의 연주는 강한 추진력의 명쾌한 해석을 선보이고 있다.
다소 너무 빨리 지나쳐가는 부분도 있으나, 결코 전체적인 구성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절묘하게 곡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들려준다. 무한질주 의 쾌감을 보여주는 충만한 에너지감과 집중력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카라스마적인 명연주이다. 라이너는 1962년 두 번째 녹음을 남기기도 하나, 여기 1954년 연주를 능가하지는 못한다.
솔티 역시 두 번의 녹음을 남기고 있으나, 1975년 시카고 심포니와의 강렬한 명연주가 추천할 만하다. 이후 베를린 필과의 실황 녹음 (DECCA, 1996)도 남기고 있으나, 그의 개성이 좀더 확연하게 드러난 시카고 심포니와의 연주가 좀더 완성도를 자랑한다.
연주는 솔티 특유의 명석하고 시원스런 진행의 박진감이 일품이다. 웅장한 관현악의 향연이란 면에서는 가장 뛰어난 연주가 될 명반이다. 슈트라우스 전문 지휘자로 알려진 켐페의 연주 역시 놓칠 수 없는 명연이다. 그는 외향적인 면보다는 내적인 충실감으로 곡을 해석하고 있어 잔잔한 감흥을 준다. 그러나 오케스트라의 기능이 다소 덜하여, 극적인 박진감과는 거리가 있어 개성적인 명연으로 남아 있다.
이외의 연주로는 프레빈(TELARC, 1987), 텐 슈테트, 오먼디의 명연이 있고, 메타의 아쉬운 2회 녹음, 외향적 효과만을 보인 마젤의 2회 녹음, 부드러운 예르비와 하이팅크, 개성으로 보는 자 발리쉬, 아쉬움의 번스타인, 가능성을 보인 시노 폴리와 틸슨 토머스, 아쉬케나지, 모노 시절의 쿠세비츠키 연주(BIDDULPH, 1935)는 이 곡 최초 의 녹음으로 기록된다.
음반의 추천이다. 카르스마적인 추진력의 명연 라이너와 높은 완성도의 카라얀의 3번의 녹음, 그리고 강렬함의 대표적 명연인 솔티와 아련한 감홍의 켐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