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라우스는 오페라 <다나에의 사랑>을 끝낼 무렵 작곡을 그만둘 생각을 하였다. 1940년 전쟁 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슈트라우스는 더이상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휘자인 그의 친구 클레멘스 크라우스와 함께 자신들이 자주 논의하던 주제, 즉 노래에서 대사와 곡의 관계에 다시 골몰하게 되었다.
이 무렵 그는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려 하였으나, 나치에 협력하는 등 정신적 고뇌를 체험해야만 했다. 1945년부터 그는 스위스에 체재하게 되었는데, 1946년 아이헨도르프의 시 <저녁 노을> 을 읽고 자기들 부부의 만년 생활과 많은 동감의 부분을 발견하고는 이 시에 곡을 붙이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1948년 이 <저녁 노을> 에 소프라노와 관현악을 위한 곡을 완성한다. 또한 이 시기에 슈트라우스는 어느 팬으로부터 헤르만 헤세의 시선집을 선물받고는, 이 시의 4편에 곡을 붙여 총 5곡의 곡을 완성하려고 하였으나 3곡만을 완성하였고, 4번째 곡은 그의 사후 몇 마디의 초고만이 발견되었다.
곡은 총 4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곡 <봄(헷세)>은 낭만주의에 충실한 서정성이 짙은 곡풍으 로 봄의 기쁨을 노래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산한 가을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제2곡 <9월 (헷세)>은 체코의 소프라노 에리츠 부인 부처에게 헌정되었는데, 그녀는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낙소스 섬의 아리아>에서 아리아드네 여왕을 처음 노래한 인물이다. 제3곡 <잠자리에 들 때 (헷세)> 는 헷세의 정신세계가 피폐해진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시로, 죽음을 예감한 슈트라우스에게는 남다른 감회를 가졌던 것이다. 제4곡 <석양에 (아이헨도르프)>는 슈트라우스의 만년의 심경을 담은 것이어서 듣는 사람에게 크나큰 감동을 주는 곡이다.
곡의 초연은 슈트라우스가 죽은 1949년 다음 해인 50년에 런던에서 키르스텐 플라그슈타트의 독창과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연주로 행해졌다.
이 곡은 그야말로 마지막 노래일 뿐 아니라, 슈트라우스의 최후의 작품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의 과거의 향수와 애착을 잘 그려내고 있다. 또한 이러한 감정은 단순히 표면적인 것이 아니라 열기까지 담고 있어, 듣는 이에게 다가오는 감동의 깊이는 헤아릴 길이 없을 정도이다.
먼저 연주로는 초연자인 플라그슈타트와 푸 르트벵글러의 초연 실황 연주(SZMAX, 1950)가 기념비적인 기록으로 남아 있다.
명창 슈바르츠코프는 이 곡은 모두 4회 녹음하고 있다. 카라얀과의 2회와 아커만과의 연주, 그 리고 여기 소개되는 셸과의 연주이다. 모노 시절 아커만과의 연주는 좀더 싱싱하고 탄력 있는 목소리의 명연주이나, 셸과의 연주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절창을 보여주고 있다. 탄력은 예전에 비해 덜하지만, 좀더 굵은 목소리로 심오함을 더하고 있고, 슈트라우스 최만년의 심경을 인생에 대한 체념의 깊이감으로 감동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조용한 도취감이 잔잔한 감흥을 전해주고 있어 슈바르츠코프의 만년의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것으로, 셸의 지휘 역시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는 명연이다.
카라얀은 토모와신토우(DG, 1985)와 야노비츠와의 두 가지가 있으나 청순함이 돋보이는 야노비츠 명연주를 추천한다. 야노비츠의 음색이 슈트라우스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은 순결하고 아름다운 것이기는 하나, 나름대로의 많은 장점을 갖춘 훌륭한 연주를 펼치고 있다. 첫 곡인 <봄>부터 그 몽환적이고 시원스레 뻗치는 쾌감이 일품 으로 다가서며, 9월>의 쓸쓸한 분위기 역시 훌륭하다. 곡 자체가 주는 인생의 깊은 무게감을 표 현하기보다는 순수하고 부드러움이 전해주는 평안함과, 자연스럽고 세련된 연주가 인생을 보는 애정 어린 손길은 보게 된다. 카라얀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탐미적 연주는 통념을 뛰어넘는 훌륭한 연주로, 오래 기억될 특출난 명연주이다.
제시 노먼과 마주어의 연주는 노래 위주로 되어 있는 명연으로, 제1곡인 <봄>에서는 다소 노래가 앞서는 감이 있는데, 노먼의 가창이 질러대는 듯한 느낌을 주어 아련함이 덜하지만, 강렬한 목소리의 뛰어난 가창은 단연 돋보이다. 이런 경향은 앞서 지적한 대로 연주가 노먼의 노래에 중점이 맞추어진 탓이다. 그러나 이렇듯 노먼은 뚜 렷한 목소리를 살리면서도 곡에 대한 공감도 겸 비하고 있어, 거부감이나 이질감은 이내 사라지고 만다. 특히 제3곡인 <잠자리에서>의 교묘한 분위기의 연출과 반주의 애절함이 대단한 감흥을 전해주어 이 연주의 뛰어남을 실감할 수 있다. 제시 노먼의 건강미 넘치는 강한 가창과 마주어의 차분하고 충실한 반주가 아주 인상적인 주목할 만한 명연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 르네 프레밍의 연주는 심각한 곡상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안정적이며 풍부한 성량과 따뜻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런 연주는 다소 논란의 소지도 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좋은 연주 로 평가된다.
모노 녹음인 델라 카사와 뵘의 연주(DECCA, 1953)는 역사적인 명연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다소 가창력이 떨어지는 면도 없지 않다.
이외에도 폽프, 모포, 테 카나와, 오거 등의 연 주가 있으나 위의 명연들에는 미치지 못한다. 슈바르츠코프와 야노비츠 그리고 노먼이 보여 주는 슈트라우스의 감명적이고 쓸쓸한 만년의 모 습을 만나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