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는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작곡한 뒤 23년 후에야 비로소 이 2번 협주곡을 작곡한다. 그의 나이 48세 때로 원숙기에 접어들어 많은 명작들을 발표하던 시기이다.
곡은 일반적인 협주곡 양식과는 다른 형태를 하고 있다. 보통 이전의 협주곡은 2악장에 느린 템포의 아다지오 등을 갖춘 3악장이었으나, 이 곡은 3악장에 안단테를 사용하여 마치 교향곡과 같은 4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독주 악기가 두드러지게 활약하는 것이 아니라, 관현악과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모습으로 마치 피아노가 있는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곡이 작곡자의 이탈리아 여행 후에 작곡된 것이어서 곳곳에 낙천적인 정서가 돋보인다.
한마디로 이 곡을 표현하자면 고요한 장엄, 불타는 정열, 친밀한 서정성이라고 할 수 있고, 협주곡의 왕이라 할 만한 것으로, 여타 협주곡들보다 길이가 길어 감정의 폭도 광대하다. 그 아름답고도 풍부한 악상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이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조화가 마치 실내악을 확대하여 놓은 것과 같고, 스케일에 있어서도 영웅적이지만 결코 과시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장대하지만 화려하지는 않다. 심오하면서도 1번 협주곡처럼 비극적인 어둠은 없다.
곡은 서정적인 동시에 극적인 분위기에 싸여 있고, 토우비가 말한 대로 천진난만한 피날레로 끝을 맺는다.
한마디로 비르투오조적인 것과 시적인 것. 고전주의적인 것과 낭만주의적인 것을 동시에 요구하는 협주곡이다. 1악장 호른 독주와 3악장의 첼로 독주가 일품인 장엄한 피아노 협주곡의 명곡이다.
작곡은 1878년에 스케치에 착수하였으나 이내 중단되었고, 그후 1881년에 완성시켰다. 초연은 완성된 해에 브람스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이루어졌다.
연주는 제일 먼저 박하우스와 뵘의 연주를 첫 째로 꼽는다. 모노 시절의 뵘과의 녹음(EMI, 1939)도 있으나, 만년의 녹음이 말 그대로 준엄한 명연에 속한다. 풍부한 시정과 무게감의 관현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절대적인 명연주이다. 청순하면서도 내면의 깊이를 파헤치고 있어 거장들의 연륜이 단연 돋보인다.
리히터는 총 4회의 녹음이 있는데, 라인스도르 프(RCA, 1960)와 마젤의 연주가 잘 알려진 것으로, 어느 것이나 훌륭한 수준이나, 마젤의 연주가 인상적인 명연주로 리히터 특유의 비르투오조인 명인기가 잘 드러난, 풍부하고 유유한 표현의 명연주이다.
길레스는 라이너와의 연주(RCA, 1958)도 있고, 요훈과의 연주는 1번 협주곡에 가려 잘 빛을 보지 못하는 숨겨진 명연주이다. 중후하고도 아름다운 서정이 잘 드러나 있는 명연주에 속하는 것으로 주목할 만한 연주이다. 다소 남성적인 강인한 터치이지만 서정적이며 시적인 매력도 같이 한다.
루빈스타인도 요셉 크립스(RCA, 1958)와 오먼디와의 연주를 남기고 있는데, 어느 것이나 수준급의 훌륭한 명연주로 기록되고 있다.
호로비츠는 그의 장인인 토스카니니(RCA, 1940)와 연주를 했는데, 다소 경직되기는 했으나 그 거장다운 기풍의 자신감이 압도하는 연주임에는 틀림없다.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는 주빈 메타(DECCA, 1967)와 하이팅크(DECCA, 1982)와의 연주를 남기고 있다. 이 둘 어느 것이나 대동소이한 연주로, 가장 모범적이라 할 풍부한 시정의 호연을 잘 보여준다.
루돌프 제르킨과 조지 셸은 강한 개성을 내보이고 있는데, 그 거장풍의 기품에는 역시라는 말로 표현되듯 수준급의 또 다른 명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알프레드 브렌델은 아바도의 연주(DG, 1976)와 하이팅크 협연(PHILIPS, 1973)도 분명 수준
급의 연주로서, 중량감은 부족하나 나름대로의 많은 장점들을 겸비한 호연이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역시 칼뵘(DG, 1976) 그리고 아바도(DG, 1995)와의 연주를 남기고 있으나, 곡상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코바체비치(EMI 1993, PHILIPS 1979)의 연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다소 과장된 평가란 생각이 든다.
찌머만과 번스타인 역시 수준급의 연주(DG, 1984)이나, 이 역시 조금은 아쉬운 면도 있다. 박하우스의 기념비적인 만년의 연주가 가장 뛰어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리히터의 연주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제르킨과 셸의 연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명연주이다. 아쉬 케나지의 풍부한 감성의 모범적인 연주, 그리고 루빈스타인과 호로비츠의 연주도 반드시 거론되 어야 할 것들이다.
장엄한 품격과 시정에 넘쳐나는 감성의 물결 이 아련한 감홍으로 잔잔히 남는 이 협주곡의 감상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