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부터 음악계에는 바흐의 작품을 대중적 으로 편곡하거나 반대로 대중음악을 바흐풍으로 장중하게 만들어 연주하는 것이 유행하였다. 이런 현상은 음악사상 가장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지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독일 거장의 음악과 대 중음악 사이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음악적 사건으로 기록된다.
바로 이런 시도의 대표적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여기 소개하는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 의 바흐> 곡이다.
빌라로보스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처음에는 대중적인 음악과 의 접촉을 많이 가졌다. 나중에 그는 파리에서 정식 음악교육을 받았지만, 그의 음악관은 자국의 대중적인 민속음악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그는 스스로의 음악관을 “음악적으로 진정한 작곡가 란 자신의 올바른 상상력을 통해 참된 민속적 유 산을 보다 진정한 선율로 만드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그 스스로를 “진정한 민속적 유산이다”라고 하였다. 바로 이런 것의 결실이 <브라질풍의 바흐>이다.
그는 1930년대부터 바흐 음악에 흥미를 가지고 이 곡을 작곡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 음악에 대해 바흐에 대한 존경심이 아닌, 음악적 밑바탕에 흐르는 것이 모든 나라의 있는 풍부하고 깊이 있는 원천으로 존재한다고 하였고, 바흐 음악이야말로 모든 민족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레 스며나오는 음악적 교량 역할을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런 것에 대한 타당성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 곡에서 구현한 바흐적인 분위기와 브라질 민속음악의 원색성과의 개성적인 통합은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에는 18세기 고전음악의 범세계성과 민속음악을 연관시킨 특이한 기법이 돋보인다. 물론 전체적인 음악적 완성도는 출중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민속적 소재의 패러디적인 의미에서는 소박함을 느끼게 된다.
곡은 1930년대 상파울루에서 작곡되었고, 초연은 34년 베네치아 음악제에서 카젤라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곡의 구성은 전 9곡으로, 각각 편성과 분위기를 달리하고 있으며, 특히 제5번의 첼로 합주와 소프라노 허밍에 의한 것이 유명하다. 특히 제1악장 아리아의 칸틸레나는 너무도 유명한 선율이다.
연주는 1950년대 말 작곡가 자신의 지휘와 소 프라노 데 로스 앙헬레스의 것이 가장 정평 있는 명연주이다. 음반은 전곡관과 제1.2.5.9번 만을 담은 것이 나와 있으며, 전집은 전곡이라 좋으나 장수가 많아. 보통 발췌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연주는 데 로스 앙헬레스의 뛰어난 가창과 작곡가 자신의 확신에 찬 해석을 들려주는 최고의 명연주이다. 음질은 모노이지만 다시 리마스터링하여 감상에도 지장이 없는 자작 자연집의 명반이다. 5번도 좋은 명연이고, 또한 다른 번호의 곡들도 빌라로보스의 음악적 다양성의 묘미를 십분 살리고 있어 그 멋을 더한다.
다음으로는 명소프라노로 알려진 안나 모포의 연주이다. 스토코프스키와의 연주 음반으로 모포의 연주는 명소프라노로 알려지게 된 제5번만을 담고 있지만, 그 가창은 훌륭한 것으로 예전부터 명성 있는 명반이다. 연주는 스토코프스키의 멋들어진 반주를 타고 나오는 모포의 연주가 울림 이 큰 강건하고 여성스런 목소리로 진지하게 펼 쳐진다. 특히 반주부의 현악 파트의 유연한 움직임을 통한 자연스러운 선율이 아주 편안하게 전달된다.
또한 모포의 가창은 간절함을 담은 절절한 호소력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어, 그 느낌이 아주 인상적으로 가사 없는 노래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이들의 연주는 곡이 가지고 있는 면보다 는 소프라노와 현악 반주가 들려주는 음악적 묘미를 살려 흥에 겨운 온화한 분위기로 만들고 있 어, 이들만의 각별한 풍류를 느끼게 하는 아주 유명한 명반이다.
다음으로는 작곡자인 빌라로보스와 오랜 친분을 유지하며 그의 여타 곡을 초연하기도 한 파리소트의 연주이다. 특히 여기서는 명소프라노인 알렌 오거의 명창이 같이 하고 있어 더욱 만족스러운 명연이 되고 있다. 반주는 예일 첼로 합주단이 맡고 있는데 그 풍성한 저음역의 울림을 통한 진한 감흥을 전해준다. 또한 음질이 뛰어난 것이 기도 하다.
이외에도 헨드릭스도 전곡과 발췌반의 호연 (EMI)을 남기고 있으며, 테카나와(DECCA, 1984)와 오베르뉴 노래의 명연으로 유명한 다브 라스의 5번 연주(SONY, 1963)도 있다. 르네 프 레밍과 틸슨 토머스의 연주(RCA, 1996)는 4, 5, 7,9번을 수록한 것으로 프레밍의 가창이 돋보인 명연이다.
한편, 고메스와 플리트 첼로 8중단의 연주 (HYPERION)는 1.5번을 수록한 주목할 만한 명연이다.
음반의 선택이다. 단연 작곡자의 연주가 최상 의 명연이다. 또한 모포의 풍류적인 명연도 결코 놓칠 수 없다. 더불어 오디오 파일용 녹음인 오거 와 파리소트 연주도 빌라로보스와 친분을 통한 애정 어린 명연주이다. 정통적으로는 작곡자의 연주, 음질로는 파리소트, 멋으로는 모포를 권하며 프레밍과 고메즈도 놓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