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3중 협주곡 C장조>

3중 협주곡이란 형태는 음악 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형식이다. 이전 시대에는 2중 협주곡이라 할 수 있는 콘체르타토라는 것이 있었으나, 훗날 브람스의 2중 협주곡이나 멘델스존의 2대 피아노 협주곡이나 2중 협주곡, 그리고 슈만의 4개호른 협주곡들의 아방가르드가 된 셈이다.
이 작품은 베토벤의 작곡 시기 중 소위 명작 시대라고 불리는 1803년에서 1804년 사이에 작곡되었다. 이 특이한 구성의 작품은 콘체르토 그로소의 근대화 또는 피아노 3중주와 협주곡의 복합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첫 스케치는 영웅 교향곡 작곡집의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 있고, 나머지는 레오노레 작곡집에 드문드문 보이고 있다.
베토벤의 비서격이라 할 수 있는 신들러는 이 작품을 ‘콘체르티노’ 라고 정의하였으며, 이 곡이 루돌프 대공과 바이올리니스트인 자이들러 그리고 첼리스트인 크라프트를 위해 작곡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곡은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되지 않고, 로보코비치 공작에게 헌정되었다. 퍼피 초연은 1808년 빈의 아우가르덴 연주회에서 이루어졌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또한 독주자의 이름도 알려진 바 없다. 이 초연에 대하여 신들러는 ‘이 연주에 찬사를 보내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청중들이 이 작품을 너무 가볍게 얕보고 있었기 때문’이라 하였다.
전체적인 구성은 혁신적인 느낌과 다이내믹한 개성을 가지면서 삽화적인 내용도 가지고 있고, 더불어 3인의 독주자의 역할 분담이 균형을 이루어 베토벤의 개성적인 창작력의 위대함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이런 3중 협주곡의 작품을 남긴 작곡가는 여러 명 있으나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 내용이나 수준이 베토벤의 것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웅장한 관현악의 호쾌한 울림과, 특히 2악장 안단테의 아늑한 서정미가 돋보이는 특이한 구성의 독보적인 3중 협주곡의 명곡이라 할 것이다.

 

베토벤: 삼중 협주곡

연주 음반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을 모으기 쉽 지 않으니….
이 곡의 명연을 얘기할 때 서슴없이 거론되는 것은 카라얀과 3인의 거장들의 불멸의 명연이다. 한마디로 불세출의 명연을 펼치고 있다. 보통 카라얀과 협연을 하여 좋은 성과를 거둔 예는 거의 없다. 카라얀의 카리스마적인 주도권 쟁탈로 모든 연주가 카라얀화(?)되곤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연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대결이 3대1 이나 되고 기라성 같은 거장들이라, 카라얀도 이례적일 만큼 성실하고 완벽한 균형감의 뛰어난 협연으로 이상적인 명연을 만들고 있다. 재킷 사진을 자세히 보면 카라얀의 시선만이 딴 곳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표정이 이 연주의 형편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 화려한 진영의 연주는 독주자 세 사람의 최고의 기량과 완벽한 균형감이 참으로 깊은 감명을 선사하는 그야말로 불멸의 명연주이다. 특히 2악장의 연주는 아련한 감동을 아로새기고 있다.
반드시 갖춰야 할 명반이라고 하겠다. 이 명연 후 카라얀은 자신의 분을 풀기라도 하듯 아마추어 급의 연주자들과 또다시 연주를 남기고 있다. 요요마, 무터, 젤처와의 협연(DG, 1979)이었는데, 역시 카라얀의 주도적인 연주가 되고 말았다. 또 다른 진영의 명인들인 인발과 아라우, 셰링, 슈타커의 연주는 거장들의 비르투오조적인 것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는 안배와 균형감이 안정적으로 펼쳐진, 또 다른 해석의 뛰어난 명연주이다. 정규 3중단인 보자르 3중주단의 두 가지 연주 (PHILIPS, 1977.92)는 그야말로 모범적이라고 할 만한 호연을 펼치고 있다. 다소 개성적인 면이 부족하기는 하나 바로 이런 것이 개성적으로 작용하는, 정말로 뚜렷이 흠잡을 것 없는 무난한 명 연주이다.
또한 오이스트라흐 3중주의 연주도 추천할 만 하다. 크누셰비츠키의 첼로가 다소 처지기는 하 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하고 우아하고 넉넉한 명연주이다.
한편, 조금 오래된 것이지만 스턴 3중주와 오먼디의 연주(SONY, 1964)도 주목할 만하다. 요즘 새롭게 녹음된 바렌보임, 펄만, 요요마의 실황 연주(EMI, 1955)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것처럼 꽤 아쉬운 연주이다.
발터는 레너드 로즈를 비롯한 잘 알려지지 않은 연주가들과의 연주(SONY, 1949)를 남기기도 하였다. 정트리오도 연주(DG, 1996)를 남겼으나, 아쉬움이 많다.
하이페츠와 포이어만이 주축이 된 연주(RCA, 1939)도 평범하다. 한편, 왕년의 거장들인 슈나 이더한 푸르니에, 안다, 프리차이의 연주(DG, 1960)도 준수한 호연이다. 또한 강동석과 얀도가 참여한 녹음(NAXOS, 1997)은 나름대로 충실한 좋은 연주를 들려준다. 바이올리니스트 라레도는 깁슨과의 녹음(CHANDOS)과 루돌프 제르킨이 참여한 녹음(SONY)을 남기고 있다.
이외에는 이렇다 할 연주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만큼 3인의 연주자와 지휘자의 기량 결집이 쉽 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카라얀과 3인의 거장인 오이스트라흐, 리히터, 로스트로포비치. 이들은 로스트로포비치만을 남기고 이제 모두 세상을 등졌다. 역시 인생 무상이라 하였던가?
새삼 이들이 이룩한 고귀한 명연의 위업에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