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레퀴엠

1868년 파리에서 작곡가 로시니가 객사를 한다. 이에 당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은 메르카단테를 중심으로 그를 추모하는 ‘레퀴엠’ 작품을 계획한다. 모두 12인이 참여하는 연작으로 구상되어 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여기에 베르디도 참여하게 되어 그는 마지막 곡인 <리베라 메>를 맡았다. 물론 그는 이 곡을 완성했고, <레퀴엠> 곡은 완성되었으나 볼로냐 시당국과 연주가들의 불화로 연주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무산되고 만다. 베르디는 분개하여 자신의 악보를 방치해버렸다.
그후 1873년 베르디가 평소 존경하였고 이탈리아의 로시니와 더불어 또 다른 위대한 이탈리 아의 영광이라 하던 시인 알레산드로 만초니의 죽음을 접하게 되었다. 이에 그는 미리 써둔 <리베라 메>를 중심으로 새로운 <레퀴엠>을 작곡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베르디의 <레퀴엠>이었다. 곡은 1874년 완성되었고, 그해 만초니의 1주 기가 되는 날 밀라노의 성 마르코 성당에서 베르디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연주는 스칼라 가극장 단원을 중심으로 한 110명의 단원과 120명의 합창단에 의한 대규모 편성이었다. 독창진은 <아이다>의 초연을 맡은 테레사 시톨츠, 마리아 왈츠만, 주세페 카포니, 알만도 마이니가 맡았다.
초연 후 스칼라 가극장에서 3번의 연주회를 더 가진 뒤 유럽 전역을 돌며 연주하여 많은 호평을 받았다.
원래 베르디는 대지휘자 한스 폰 뷜로에게 연 주를 의뢰하였으나, 뷜로는 종교적인 또 다른 오페라라고 하며 거절했다. 그러나 그후 뷜로는 이 곡의 연주를 듣고 감동하여 베르디에게 사과편지를 썼다고 한다.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도 활동했기 때문인지 오페라 작품으로만 대변되는 베르디의 가장 종교적인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분노의 날> 의 강렬함이 가슴을 파고들며, <라크리모사〉의 애절함이 인상적인 아주 특별한, 그리고 오페라적인 감흥도 서려 있는 레퀴엠 음악의 걸작으로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연주를 살펴보면 가장 오래된 녹음은 토스카니니의 부지휘자로 활동한 카를로 샤바뇨의 1929년 연주(PEARL)가 있다.
이후 수많은 연주가 나왔는데, 그중 단연 돋보 이는 것은 이탈리아 출신의 대지휘자 토스카니니 의 것이다. 그는 생애에 모두 30회가 넘게 이 곡 을 연주하였다. 첫 연주는 베르디가 죽은 일년 후인 1902년 그가 감독으로 있던 스칼라 가극장 에서 이루어졌고, 마지막은 1951년 카네기홀에서 베르디 50주기를 기념하는 연주회가 열렸는데, 이것이 음반으로 남아 있다.
한편, 좀더 극적인 연주인 1940년 녹음(MUSIC & ARTS)도 남아 있다.

 

 

Toscanini Requiem

 

51년 연주에서 토스카니니는 평소 스승으로 생각한 베르디에 대한 깊은 공감으로 연주하고 있다. 특히 <분노의 날>의 북의 타건은 현대 최신 녹음이 무색할 정도의 위력을 보여준다. 마치 충격과도 같은.  또한 <디아스 이레>후 <투마 미룸>의 폭발적인 부분에서는 토스카니니 자신의 고양된 탄성을 들을 수 있다. 한마디로 정신적 고양이 정열적으로 표출된 불멸의 명연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음질도 생각보다는 훌륭한 편이다.
카라얀은 모두 4회 녹음(1964. 67.71.85) 을 남기고 있고, 그중에서 1972년 베를린 필과 1984년 빈 필의 연주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 중 1972년 연주가 더 뛰어나다. 그의 여타 종교 음악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이 명연은 잘 정리 된 그의 뛰어난 균형감을 보여주는 연주이다. 프리차이의 연주는 두 가지가 있는데, 1960년 그의 마지막 연주는 펭귄 가이드 로제트 위너이며, 1953년 연주(DG 오리지널스)는 뛰어난 독창진과 더불어 오페라적인 경쾌함을 선보인 연주로 음질도 뛰어난 명반이다.
줄리니는 1964년(EMI)과 1989년(DG) 연주 중 1964년 연주가 더 나은 것으로, 순음악적인 연주이나 다소 답답한 감이 없지 않다. 게오르그 솔티는 1967년(DECCA)과 1977년(RCA) 연주가 있으며, 1967년 연주가 더 나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 역시 1980. 91년 연주 (DG)가 있으며 1991년 연주가 안정된 연주를 들 려준다.
무티의 연주는 1987년 실황(EMI)으로 드라마틱한 정열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연주이다. 한편, 합창 전문 지휘자인 로버트 쇼도 뛰어난 연주(TELARC, 1987)를 들려준다.
역사적인 녹음으로는 슈리히트(ARCHIPHON, 1939), 세라핀 (EMI, 1939), 데 사바타(EMI, 1954)의 녹음이 있다.
가디너에 의한 최초의 시대악기 연주(PHI- LIPS, 1992)는 다소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연 주이다.
이외에도 번스타인(SONY, 1970), 코르보, 오먼디(SONY, 1963)와 드라마틱한 호연인 바렌보임(ERATO, 1993), 가장 느린 연주(97분)의 라이너(DECCA, 1960), 부드러운 휴게스의 연주 (EMI, 1994) 등이 있다.
토스카니니의 역사적인 명연을 제일로 추천하며, 카라얀의 진중함, 프리차이의 상쾌함과, 아바 도나 줄리니, 무티 등을 무난한 연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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