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스키 코르사코프 <셰헤라자데>

근대 관현악법의 대가로 알려진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애청되어 친숙한 것으로, 그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관현악의 명곡이다. 아라비아 설화문학의 최고봉인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夜話)>를 소재로 사용한 것으로 여자 주인공의 이름인 ‘셰헤라자데’ 를 차용한 것이다. 곡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분위기를 음악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곡은 1887년에 착수하여 2년에 걸쳐 작곡되 었으며, 1888년 여름 그의 나이 45세 때인 가장 원숙기에 <스페인 기상곡>으로 성공한 후 <러시 아 부활제> 서곡과 같이 완성되었다.
곡은 모두 4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 악장이 2개의 주제로 연관되어 있어 하나의 통일된 작품과도 같은 인상을 전해준다. 곡은 제1악장 <바다 와 신드밧드의 배>, 제2악장 <칼렌다 왕자의 이 야기>, 제3악장 <젊은 왕자와 공주>, 제4악장 <바그다드의 축제>로 이루어져 있다.
곡은 각 악장이 2개의 주제로 연관되어 있어 하나의 커다란 악곡으로 묶어진 인상을 주는데, 이 두 개의 주제란 위엄있고 당당한 사리알 왕을 나타내는 것과, 사랑스럽고 인자한 셰헤라자데를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주요한 선율도 알기 쉽고 친숙해지기도 쉬운 곡상이다.
전곡에 흐르는 동양적이고 몽상적인 선율과 웅장한 관현악의 향연이 인상적으로 펼쳐지는 것 으로, 근대 관현악을 확립시킨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특징이 표출된 작품이기도 하다. 더불어 림스키-코르사코프가 1860년 초 해군 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대양을 항해하며 느꼈던 이국적인 정취를 러시아적 스케일과 익조티시즘의 묘미로 절묘하게 살려낸 것이기도 하다. 더욱이, 작품 자체의 색채적인 관현악법을 구사하기에 아 주 좋고 바다의 묘사가 빼어난 것이 이 곡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숨겨진 요인이기도 하다. 특히 전 악장에 걸쳐 반복되는 바이올린 독주의 주제가 인상적으로, 관현악 작품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명작이라 하겠다.

 

정명훈 - 림스키 코르사코프: 셰헤라자데

곡의 연주는 이것이 최고다라고 할 절대적인 명연이 있는 것이 아니고, 대략 5종의 명연들이 자웅을 겨루고 있다.
먼저 조금 오래된 것 중에서는 토머스 비첨 경의 연주(EMI, 1957)가 주목할 만하다. 비첨 특유의 여유로운 연륜이 잘 나타나 있는데, 풍요로움이 가득한 묵직한 연주가 아주 인상적이다. 무게 감의 연주여서 날렵하고 절도 있는 관현악의 연주는 아니지만, 웅장함의 박력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서는 명연주라 할 것이다.
다음 전통적인 명연으로는 이 곡을 천번(?) 이상 연주했다고 하는 앙세르메의 것이다. 연주 경력답게 안정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곡이 지니고 있는 동양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내면서도 교향악적인 화려함을 표출시킨 전통의 명연주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믿기 힘들겠지만, 첼리스트인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이다. 그는 본디 첼리스트라 지휘자로서의 명연이 드문 것이 사실이나, 이 연주는 높은 평가를 받는 분명한 명연주이다. 연주 단체가 파리 오케스트라로, 그 특유의 화려함으로 러시아적 색채감을 뛰어나게 묘사하였다. 또한 로스트로포비치 특유의 힘있고 목청이 큰 듯 한 박진감이 대단한 열연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인과 프랑스 악단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수연으로, 반듯이 주목해야 할 명연이다.
라이너의 리빙 스테레오 음반(RCA, 1960) 역시 그의 뛰어난 기량이 마음껏 발휘된 명연주이다. 다소 여유로운 진행 속에서 라이너 특유의 강함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날렵하지는 않지만 그 묵직한 박력이 일품인 명연이다.
요즘 새롭게 등장한 정명훈의 연주는 참으로 대단한 정열의 명연주이다. 진부한 그동안의 명연들을 뛰어넘는 결정적인 명반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이야기적인 특성을 내세우면서도 파란만장한 음의 향연으로 새롭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4 악장 관악기의 눈부신 활약과 절도감에 넘쳐나는 박진감은 참으로 대단한 감흥을 전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여 어엿한 명반에 대열에 입성한 최고수준의 명반이다.
맥케러스의 연주(TELARC, 1990)는 펭귄 가이드 로제트 위너의 연주이지만, 앞선 5강에 합류 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 외지의 평가에 과신하지 말기를….
스토코프스키 역시 5회 녹음을 남겨 이 곡에 일가견이 있는 지휘자이나, 너무 자의적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나름대로 음악적 쾌감을 전해준다. 뒤트와의 연주(DECCA, 1983)는 너무 담박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케나지의 연주 (DECCA, 1986)는 조금 느린 것이어서 개성적이 라 할 것이다. 그리고 콘드라신의 연주(PHILIPS, 1980)는 오케스트라의 높은 기량과 안정적인 표 현 등은 높이 살 만하나, 강한 설득력이 부족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카라얀(DG, 1967) 역시 너무 카라얀적인 화려함으로 인하여 진부하다. 요즘의 녹음 중에서는 얀손스의 박력의 연주(EMI, 1994)가 있으나, 섬세함이 다소 부족한 듯하다. 세레브리에의 연주는 섬세함과 긴장감 넘치는 명연으로 평가된다. 손에 잡힐 듯한 세세함의 관 현악이 압도적인 것으로, 음질의 뛰어남도 같이 한다. 한편, 한 시대 전의 오먼디 연주(SONY, 1962) 역시 한때 주목받던 명연 중의 하나였다. 자, 음반의 선택이다. 최고가 어느 것이냐보다는 비첨, 앙세르메, 로스트로포비치, 라이너, 정명훈의 명연 중에서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길…. 좋은 음질과 박력의 연주라면 정명훈과 셰 레브리에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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