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라흐마니노프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피아노의 비르투오조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흔히 비르 투오조에서 볼 수 있는 자기의 기교를 중심으로 하는 작풍에 머물지 않고, 독창적인 음악작품을 작곡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모두 4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였다. 그 중 여기의 2번 협주곡은 차이코프스키 협주곡과 더불어 20세기 굴지의 피아노 협주곡이자 라흐마니노프 최고 걸작으로 사랑받는 곡이다.
1898년 라흐마니노프는 런던 필하모닉 협회의 초청을 받아 성공적인 연주회를 거둔 이후, 이 협회의 의뢰를 받아 1899년 작곡에 손을 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당시 그는 신경쇠약에 걸려 일체의 활동을 중지하게 된다. 그러던 중 1900년 초 친구의 소개로 N. 다알 박사의 암시요법의 치료를 받아 완쾌하게 된다. 다알의 암시란 “당신은 이제 좋은 협주곡을 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곡은 자신의 병과 관련지어져서 병치료 후의 창작의욕을 쏟아부어 완성시킨 명작이라 고 할 수 있다.
한편, 라흐마니노프는 톨스토이와 만났던 일을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괴로운 시기가 있다. 그러나 이때야말로 머리를 더욱 높이 들고 일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톨스토이의 말은 라흐마니노프에게 더욱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런 작곡 연유로 곡은 다알 박사에게 헌정하게 된다. 초연은 1901년 모스크바 필에 의해 자신의 연주로 이루어졌고, 1905년에는 이 곡으로 글린카 상을 받기도 한다.
곡의 1악장의 첫머리 피아노 독주부와 종의 울림과도 같은 어둡고 장중한 화음에 매우 인상적이어서 이 곡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이런 로맨틱한 선율은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절품에 속한다.
곡의 연주는 먼저 작곡가 자신인 라흐마니노프의 연주가 역사적인 명연이다. 다소 음질이 떨어지나, 피아니스트로서의 유감없는 기량과, 작곡가 자신의 해석과 체취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역사적 명연주라 하겠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다음으로는 러시아 출신의 리히터의 연주가 압도적인 명연이다. 굵은 터치의 필치로 그려내는 그 감성적 감흥은 대단한 열기와 정감의 연주라 할 것이다. 특히 이 연주를 듣노라면 여타 연주자들의 연주가 싱거울 정도이다. 또한 협연자인 폴란드 출신의 비슬로키의 수준급의 반주 역시 나무랄 데 없는 것이어서, 이 곡의 절대적인 명연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편, 그는 멜로디야에서의 잔데를링과의 녹음(1959)도 남기고 있다. 다음 역시 러시아 출신의 아쉬케나지의 명연이다. 그는 프레빈과의 구녹음과 하이팅크와의 신녹음(DECCA, 1984) 등 모두 4종의 녹음을 남기고 있으나, 프레빈의 반주가 가장 뛰어난 것이라 이 연주를 적극 추천한다. 피아노의 연주가 다소 선이 가늘기는 하지만, 아련한 감성과 프레빈의 유려하고도 완벽한 반주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반주만을 놓고 본다면 감히 최고의 연주라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명반이다.
비르투오조인 루빈스타인 역시 3회의 녹음을 남기고 있는데, 그중 두 번째 녹음인 라이너와의 협연(RCA, 1956)이 당당한 기교와 품격의 연주라 추천할 만하다.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의 명연으로 잘 알려진 클라이번의 연주(RCA, 1962) 역시 무시 못할 연주이다. 다소 화려함이 억제된 감이 있으나, 그 내면적인 다부짐이 인상적인 숨겨진 명연주라 할 것이다.
바이런 야니스의 연주(MERCURY, 1960) 역 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기제킹과 멩겔베르크의 연주는 거장들의 주체 할 수 없는 정열의 분출이 다소 과한 느낌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명연주이다.
이외에 카첸(DECCA, 1958)의 연주도 주목할 만하다. 카첸의 1951년 모노 연주도 58년과 동일한 수준의 호연이다. 그리고 타마스 바샤리와 코치쉬(PHILIPS, 1984)의 연주는 조금 떨어지는 연주이며, 뒤샤블이나 질머스타인의 연주(DG), 카라얀과 와이젠베르거의 연주(EMI, 1972), 티초 보데의 연주(DECCA) 역시 선뜻 추천할 만한 수준은 되지 못하다. 루디와 얀손스의 연주(EMI, 1990)는 나름대로 좋다.
그리고 키신과 게르기에프(RCA, 1988)는 대담한 처리와 활력이 넘치는 좋은 연주를 보여준다. 또한 브로프만과 살로넨의 연주(SONY, 1990) 역시 새로운 감각과 압도적인 기교의 충실한 연주이다.
여성인 오르티스의 연주(DECCA, 1984)는 강렬한 타건이 아쉽기는 하지만, 섬세하고 서정적인 연주로 호평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 나온 백건우의 연주(RCA)는 전곡 녹음 중의 하나로 아쉬운 감이 없지 않으나 주목할 만하다.
리히터의 압도적인 감성의 명연주는 잊지 못할 특급의 명연에 속하는 것이라 주저없이 추천하는 명반이다. 다음으로는 아쉬케나지의 아름다 운정서의 명연주, 그리고 작곡자 자신의 역사적인 명연과, 클라이번의 숨겨진 명연을 추천한다. 이 협주곡은 러시아적인 광활한 감성의 로맨 티시즘이 꿈틀거리는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할 것이다. 물론 명반 연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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