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그 <페르귄트>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문호 입센(1828~1906) 은 1867년 노르웨이의 민요를 채집하던 중 얻은 전설적 인물인 페르귄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른바 노르웨이의 <파우스트>적인 시극(詩劇)인 <페르귄트>를 만들었다. 이것은 터무니없는 성격의 주인공인 페르의 방랑기적인 작품으로, 노르웨이의 나쁜 일면을 표현하였다 하여 반감을 사기도 하였다.
1874년 그리그는 작가 입센으로부터 이 <페르귄트>의 극음악을 작곡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리그는 자신의 작풍이 서정적이고 소품 지향적이라 극적인 이 작품에 적합하지 않다며 처음에는 거절하였다. 그러나 금전적인 이유와, 민족적인 음악을 쓰는 것도 의의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작곡을 수락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리그는 1874년 곡을 쓰기 시작하여 다음해 여름 곡을 완성하게 된다. 또한 1894년에는 약간의 수정을 가하기도 하였다. 초연은 1876년 오슬로 국민극장에서 이루어졌다.
곡은 처음에는 피아노 2중주 형식으로 출판되 었으나, 다시 오케스트라로 편곡되었다. 곡은 전주곡, 행진곡, 무곡, 독창곡, 합창곡 등의 전 23곡으로 된 방대한 것이다.
한편, 그리그 자신이 다시 2개의 모음곡으로 편집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작품번호도 다르다. 전곡은 Op.23이고, 제1모음곡은 Op.46, 제2모음곡은 Op.55이다.
모음곡의 구성은 제1모음곡이 원곡의 제13번 (아침), 21번(오제의 죽음), 16, 17번의 구성이 며, 제2모음곡은 제4, 15, 19, 11번(솔베이그의 노래)의 전 8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주는 현재 원곡보다는 모음곡이 더욱 널리 행하여지고 있으며, <아침> <오제의 죽음> <솔베 이그의 노래> 등이 유명하다. 특히 <솔베이그의 노래>는 독창으로도 불려지는 아주 아름답고 애 절한 곡상으로 널리 애청된다. 가사는 노르웨이어가 원어이며, 독일어로도 불린다.
연주는 전곡 연주와 모음곡 연주, 발췌 연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전곡 연주로는 예르비의 것(DG, 1987, 2CD)을 들 수 있다. 초연시의 악보를 이용한 것으로 연극의 상연 상태로 녹음되었다. 연극의 대사도 수록한, 충실하고 완전한(그리그 전집 18권 에 의한) 전곡(26곡)판으로 자료적인 가치가 높다. 연주는 다소 극적이지 못한 점이 있기도 하나, 수준 높은 성악 등을 갖춘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예르비는 모음곡 연주 음반(1CD)도 남기고 있다. 이런 예르비의 연주는 완성도를 떠나 기념비적인 역작으로 평가된다.
또한 D.드레이에르가 런던 심포니와 오슬로 필하모닉 합창단을 지휘한 전곡판(UNICORN,2CD)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전곡 명반이 더욱이 힘은라 할 수 있다.

모음곡 음반으로는 카라얀의 것이 단연 돋보이는 명연이다. 1971년의 구녹음은 다소 각진 느낌을 주는 것이나, 오히려 시적인 표현이 빛나기도 하는 명연주이다. 한편, 카라얀은 빈 필과의 61년 녹음(DECCA) 를 남기고 있기도 하다. 82년의 신녹음은 구녹음보다 훨씬 세련되고 섬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며, <솔베이그의 노래>에서의 현악 파트의 완벽한 아름다움과 서정적 분위기는 참으로 대단한 탁월함을 보여주는 명연이다. 현재를 대표하는 명반으로 추천하기에 가장 적절한 최상의 명연주이다.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바비롤리의 연주는 세련된 필치는 아니지만, 그 어떤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깊은 뉘앙스가 숨쉬는 좋은 연주이다.
토머스 비첨의 연주는 부수 음악 발췌의 연주로 묵직한 필치의 명연이다. 특히 <산신의 전당에서>의 장엄한 울림은 단연 일품이어서, 웅장함과 도도함을 드러내보인 독보적인 명연이라 할 것이다.
블롬슈테트(DECCA, 1988)는 원어를 사용하여 20곡을 발췌한 음반과 조곡 연주 두 가지가 있는데, 진지하고 차분한 북구의 리리시즘을 묘사한 좋은 연주이다.
살로넨은 명소프라노 바바라 헨드릭스를 기용하여 18곡을 발췌한 것으로 오슬로 필하모닉을 지휘, 북구의 환상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모음곡에는 없는 독창인 헨드릭스의 절창이 단연 돋보이는 명연주이다.
크라우스의 제자인 에이빈 피엘스타트는 노르 웨이 출신으로 노르웨이의 음악발전에 공헌한 인물이다. 그의 연주는 10곡의 발췌로 특히 북구적인 분위기 창출에 탁월함을 선보인 역사적 명연 을 남겨놓고 있다.
이외에도 오먼디(RCA), 베르글룬드(EMI), 매 리너(HANSSLLER, 1994), 번스타인(SONY) 등 도 녹음이 남아 있다.
전곡반으로는 예르비가 가치있는 명반으로 새롭게 자리하고 있으며, 모음곡으로는 단연 완벽한 필치의 카라얀 신녹음 명반을 대표적으로 권한다. 그리고 비첨의 연주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소중한 명반이다. 더불어 역사적인 명연 피엘스 타트의 연주도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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